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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요동치는 베트남 정국


베트남 국기와 베트남 병사들(자료사진)
베트남 국기와 베트남 병사들(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베트남 국회의장이 돌연 사임했습니다. 한 달 전에는 권력 서열 2위, 국가주석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최근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트남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베트남 정치 체제”

베트남은 공산당 일당제하에서 집단지도 체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헌법상 공산당은 국가와 사회를 영도하는 유일한 세력이며, 국회는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 국가주석은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는 대통령, 정부는 법률 집행기관이자 국가 최고 행정기관입니다.

이 4개의 축이 베트남 정치를 구성하는 주요 기둥들인데요.
공산당 지도자인 서기장 (총비서), 국회 지도자인 국회의장(국회주석), 국가수반인 국가주석,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이 네 기둥의 지도자들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12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다.(자료사진)
베트남 하노이에서 12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다.(자료사진)

“격랑의 정국”

베트남의 권력 서열은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순입니다.

현재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응우옌 푸쫑입니다.

국가주석은 지금 보 티 아인 쑤언 부주석이 대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불과 1년여 사이 두 명의 국가주석이 불명예 퇴진하는 전례 없는 정국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일테면, 나라의 얼굴인 대통령이 1년 새 두 번이나 바뀌었다는 소리입니다.

첫 신호탄은 지난해 1월이었는데요.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아직 임기가 3년 정도 남아 있던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사임했다고 돌연 발표한 겁니다. 그리고 후임으로 지난해 3월 보 반 트엉 주석이 자리에 올랐는데요. 그런데 올 3월 트엉 주석도 1년 만에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두 번 다, 당규 위반에 따라 이들의 사임을 승인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보 반 트엉 주석이 돌연 사임한 지 한 달 만에, 그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도 전에 이번에는 권력 서열 4위,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의 사임 소식이 나왔습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후에 의장이 당규를 어겼으며 이는 국가와 당, 그 자신의 명예를 해치는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베트남 국내외에서는 이들이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 운동과 관련해 비리에 연루됐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써 지난 2021년 제13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베트남 4인 지도부에서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지도자는 응우옌 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팜 민 찐 총리, 두 사람뿐입니다.

“불타는 용광로”

베트남에서는 지금 수년째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부정부패 청산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푸쫑 서기장이 재임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반부패 캠페인은 이른바 ‘불타는 용광로’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푸쫑 서기장은 베트남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부정부패 관련 법률과 단속을 강화해 왔습니다.

캠페인 초기 고위급 당원들도 직위와 관계없이 줄줄이 옷을 벗고 처벌받으면서 이를 지지하는 민심도 대단했는데요.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거센 사정 바람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공산당 일당 체제 속에서 오랫동안 뿌리 박혀 있던 부패 행태가 아무리 많은 당원을 제명하고 처벌한다 해도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건데요. 훨훨 불타오르는 용광로가 자칫 베트남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내부 권력 다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 속에 권력 최상층부 국가주석과 국회의장까지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은 요동치고 있는 베트남 권력 구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경제 여파도 우려”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여기에는 집단지도 체제를 표방한 정치적 안정화도 한 몫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중간 소득 국가로 나아가는 단계로 비약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6년 600달러도 못 됐었는데요. 2015년에는 약 3천700달러로 6배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빈곤율은 2010년 14%에서 2022년 4.2%로 크게 줄었습니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 수요와 탄탄한 신뢰에 힘입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2023년 5%에서 올해는 5.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의 정치 상황은 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들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대개 저렴한 인건비, 생산성과 더불어 정치적 안정성이 꼽혀왔는데요. 하지만 불과 1년 새 국가 최고 권력이 줄줄이 퇴진하는 최근의 상황은 외국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후에 전 의장은 경제학자이자 재무장관 출신으로 베트남의 경제통으로 알려져 왔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베트남 지도부에 경제전문가가 부족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대나무 외교”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베트남은 이른바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라고 불리는 외교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대나무 외교라는 개념은 지난 2016년 푸쫑 서기장이 재집권하면서 등장했는데요. 어느 특정 강대국이나 힘에 치우치지 않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게 이 대나무 외교의 핵심입니다.

단적인 예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3개월 남짓 간격을 두고 각각 초청해 균형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는 지난해 9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외교 관계를 두 단계나 격상시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는데요. 그리고 바로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12월에는 중국과 공동의 미래를 향한 협력 관계를 약속하는 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이러한 대나무 외교는 강대국의 영향력과 투자 경쟁에 맞서 베트남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국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극명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중립 행보는 어느 시점 한계가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베트남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어떤 해법을 찾아갈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입니다.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1944년 생으로 올해 80살입니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에서 태어났는데요. 공식 전기에는 그의 가족 배경을 ‘보통 농민’으로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1967년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교를 졸업했고, 이듬해 베트남 공산당에 입당했습니다.

베트남 공산당 이론 및 정치 기관인 ‘공산당 리뷰’와 ‘공산주의 잡지’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1981년 소련에서 유학하고 1983년 박사 학위를 받았고요. 이후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정치국 위원 등을 역임하며, 저명한 사회주의 정치 이론가로 평가받았습니다.

이어 2006년 베트남 권력 서열 4위의 자리인 국회의장으로 선출됐고요. 2011년에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이 됐습니다. 이후 2016년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세 번째 임기에 성공하면서 14년째 지금 베트남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로써 1976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건국 이래 역대 최장수 서기장이 됐습니다.

푸쫑 서기장은 청렴하고 서민적인 모습과 언행으로 당과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최근 베트남 정치권이 요동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80세의 고령인 푸쫑 서기장이 다시 한번 집권을 노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후계 구도를 놓고 내부 권력 다툼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푸쫑 서기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베트남의 정국 혼란상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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